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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제제 표지디자인과 쇼케이스 증거 동영상-진중권과 허지웅, 일베의견

cultpd 2015. 11. 8. 05:27

참으로 놀랍고도 기이한 현상을 아이유가 만들어냈다.

역대 어떤 논란도 이렇게 놀라운 혼돈과 무질서는 없었던 것 같다.


보통 하나의 이슈가 터지면 그 이슈에 대한 해석이 나오고 그 해석의 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진영을 짜고 전투에 들어가며 그 다음은 아군과 적군이 나뉘어 그 양상이 격렬해지며 

본질과 상관없이 왜곡되기도 하고 과열되기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논란이다.


그런데 이번 논란은 정말 무질서하고 아군과 적군이 따로 없다.


우선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아이유 사태에 대해 정리해보면 아이유가 최근 최근 새 미니앨범 '챗셔'(CHAT-SHIRE)'를 발표했고

이 앨범은 아이유가 작사 등 프로듀싱에 참여한 첫번째 앨범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아이유 제제 논란보다 앞서 늘 나오는 아이유 표절 문제가 등장했다.


챗셔 앨범의 보너스 트랙 '트웬티 쓰리'(Twenty three)'에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2007년 곡 '김미 모어'(Gimme more)의 일부분이 무단으로 사용됐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아이유 측은 "프로듀서로서 편곡에 사용되는 샘플 소스들을 세심히 검열하지 않은 제 잘못"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후속 논란이 발생했다.

챗셔 수록곡 제제가 말썽인데 제제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 나오는 5살짜리 아이다.

그런데 이 아이에 대한 묘사 과정에서 성적인 해석이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 논란이 커진 것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한국어판 출판사 '동녘'이 공식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출판사 동녘은 "아이유님, 제제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라고 밝히며 

아이유의 인터뷰 중 문제되는 가사 부분을 올렸고 아이유 인터뷰를 증거로 언급했다.


그러니까 아이유의 노래 제제에서 제제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제제가 분명하다는 것이고

또 제제 관점이 아니라 라임오렌지나무인 밍기뉴 관점에서 만들었다는 것도 언급했다.

또한 빼도 박도 못하게 제제에 대해 "매력있고 섹시하다고 느꼈다"라는 말까지 남겼다.


이렇게 되면 이제 아이유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가사가 동녘의 주장대로 문제가 있냐는 부분이 남는다.


아이유 제제 가사를 일단 한번 잘 음미해보자.


Zeze

아이유(IU) |

CHAT-SHIRE

작사 아이유(IU) 작곡 이종훈 , 이채규 편곡 이종훈 , 이채규


흥미로운 듯, 

씩 올라가는 입꼬리 좀 봐

그 웃음만 봐도 알아 분명히 너는 짓궂어

아아, 이름이 아주 예쁘구나 계속 부르고 싶어

말하지 못하는 나쁜 상상이 사랑스러워


조그만 손가락으로 소리를 만지네

간지러운 그 목소리로 색과 풍경을 노래 부르네 yeah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잎사귀에 입을 맞춰

장난치면 못써

나무를 아프게 하면 못써 못써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여기서 제일 어린잎을 가져가 

하나뿐인 꽃을 꺾어가


Climb up me

Climb up me


꽃을 피운 듯,

발그레해진 저 두 뺨을 봐

넌 아주 순진해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듯해도 어딘가는 더러워

그 안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당장에 머리 위엔 햇살을 띄우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너의 속은 먹구름과 닿아있네 oh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잎사귀에 입을 맞춰

장난치면 못써

나무를 아프게 하면 못써 못써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여기서 제일 어린잎을 가져가 

하나뿐인 꽃을 꺾어가

Climb up me

Climb up me


한 번 더 닿고 싶어

여기서 매일 너를 기다려

전부 가지러 오렴

다시 부르고 싶어

여기서 매일 너를 기다려

얄밉게 돌아가도 내일 밤에 또 보러 올 거지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잎사귀에 입을 맞춰

장난치면 못써

나무를 아프게 하면 못써 못써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여기서 제일 어린잎을 가져가 

하나뿐인 꽃을 꺾어가

Climb up me

Climb up me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보니 

그야말로 이 노래 완성도 있고 문학적으로도 훌륭한 가사를 가지고 있다.

아이유의 필력이 잘난척하려 가사쓰는 아이돌과는 사뭇 다른 힘이 있다.


하지만 지금 논점은 이 가사가 훌륭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공인이 발표해서는 안되는 저작물을 대중에게 내놓았냐는 문제다.


동녘이 주장하는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좀 불쾌한 면이 있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훌륭한 의미와 문학적인 평가는 전세계가 열광한 필독서라는 점에서 말할 필요도 없다.

자꾸 학대받은 아이를 강조하고 독자들이 눈물 흘린 부분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본질과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제제가 학대받은 아이라서 반발심과 애정결핍때문에 심한 행동을 한다는 것과

아이유가 학대받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성적으로 이용했다고 말하는 것은 심한 비약이기 때문이다.

자꾸만 학대받은 아이를 언급하면 대중은 아이유의 정신세계를 필요 이상으로 오해하는 오류를 낳기 때문이다.


백설공주와 오즈의 마법사도 성적으로 해석하고 황순원의 소나기에서도 에로티시즘을 찾는데

노래 가사에서 금기를 꺨 수 없다는 것은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유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는데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저에게도 정말 소중한 소설이다. 저는 맹세코 다섯 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로 가사를 쓰지 않았다"며 "가사 속 제제는 소설 내용의 모티브만을 차용한 제3의 인물"이라고 했다.

사실 아이유의 이 노래를 제제에 대한 평가나 평론, 해석의 입장으로 보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맞지 않다.

노래의 목적은 노동요적인 측면도 있고 선전, 선동적인 효과도 있지만 그 자체의 목적이 음악이지 

어떤 작품에 대한 해석으로 보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아무튼 아이유는 "제 가사가 충분히 불쾌한 내용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과, 그 결과 많은 분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전적으로 제가 작사가로서 미숙했던 탓이다. 제 가사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라며 사과했다.


대중이 아이유의 노래를 듣고 불편하다면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공인의 입장이고

사과를 했음에도 대중이 아이유를 용서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가요계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거나 

인기가 떨어지거나 하면 된다.

그것이 그냥 보통의 일이다.


헌데 문제는 출판사가 아이유를 공격하는 것은 분명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도 요즘 만들어진 상업적인 출판사나 저속한 출판물들을 만드는 회사면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동녘이라는 출판사가 어디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알것이다.




<껍데기를 벗고서>, <아리랑> 같은 책들을 만든 진보 성향의 출판사였고 지금 변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시절 동녘의 노동 운동사나 역사 에세이같은 책을 경험해보았으리라.

그렇다면 동녘 출판사도 표현의 자유때문에 상당히 오랫동안 고생했던 출판사일텐데

어떻게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와 아이유 이슈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지 코웃음이 난다.


동녘 출판사는 1977년 이태복 씨가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인 광민사를 세웠는데 이 광민사가 동녘이 된 것이다.

1980년 광민사가 문을 닫으면서 이태복 씨의 동생 이건복 씨가 광민사를 인수해 동녘을 세웠는데

<철학 에세이>, <아리랑>, <껍데기를 벗고서> 등 진보성향의 책들을 많이 출간했다.


그런데 이 전통의 출판사가 아이유 이슈로 알려지다니 참 허탈하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동녘에서 나온 책 중에 섹슈얼리티 강의를 보자.




빨간 책이다.

섹슈가 굵은 글씨로 되어 있고 빨간 책이 아주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보인다.

이렇게 제목과 표지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실제 내용은 여성학에 대한 내용인데 

책팔아먹기 위해서 과대포장하고 낚시성 제목으로 현혹한다고 평가한다면 뭐라고 할까?


지나치게 운동권 페미니즘의 관점이고 여성편향적인 저서라고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하고 출판 금지처분한다면 어떨까?

그럼 아마 동녘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말할 것이다.

또 빨간색이나 섹슈에 굵은 글씨체를 쓴 것에 대해서도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할 것이다.

세상이 모두 똑같은 생각을 갖고 살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유 사건에 대해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는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아이유 '제제'. 문학작품에 대한 해석을 출판사가 독점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이 시대에 웬만큼 무식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망발이다. 문학에 대해 표준적 해석을 들이대는 것은 역사를 국정화하는 박근혜보다도 수준 떨어지는 행위다"라고 강력하게 발언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저자도 책을 썼으면 해석에 대해선 입 닥치는 게 예의다. 저자도 아니고 책 팔아먹는 책장사들이 뭔 자격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지"라며 "아무리 장사꾼이라 하더라도 자기들이 팔아먹는 게 책이라면, 최소한 문학적 소양과 교양은 갖춰야 한다. 대체 뭐 하는 짓인지"라는 말이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도 그런 면이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저자가 친척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데 무슨 권리로 그 저자의 생각을 대신하고 대표하려 하는가?

최소한 책을 쓰는 작가는 원고가 책이 되어 세상에 나가고 독자에게 가면 그것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고 그 해석 역시 독자의 것이지 자신의 권한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건 내 생각이 아니라 훌륭한 작가들이 공히 얘기하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허지웅 역시 아이유 제제에 대해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출판사가 문학의 해석에 있어 엄정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면서

"모든 문학은 해석하는 자의 자유와 역량 위에서 시시각각 새롭게 발견되는 것이다. 제제는 출판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동녘을 비판했다.


여기서 우리는 역대급 논란이라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동녘은 진보성향의 출판사이고 진중권은 진보성향이다.

허지웅 역시 보수는 아니다.


그런데 동녘을 진중권은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허지웅 역시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 헷갈리는데 과연 일베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일베에서 아이유 옹호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일간베스트저장소 (일베)에서 한 회원은 이런 글을 남겼다.


"이번 아이유사건만봐도 겉모습이 아무리 순수하고 착해보여도 마음 한구석에는 비도덕적인 부분이 있다

즉,인간이기때문에 누구나 악한 마음을 가지고있다는말이지

그걸 밖으로 표출하냐 안하냐에 따라 착한사람 나쁜사람 이렇게 분류되는것이다

일베는 누구에게나 내재되어있는 악한 감정들이 솔직하게 드러나는곳이고

일베에서 하는 언행을 현실에서도 그대로 하는놈들은 없다

한마디로 일베는 현실에선 할수 없는 말들을 하면서 노는 놀이터인셈이지

본인들 마음 한구석에도 악한마음을 다 가지고있으면서 일베보고 뭐라고하는거보면 X나 역겹다 위선자들임"


정말 놀라운 일이다.

진보 출판사 동녘을 진보 평론가 진중권과 허지웅이 까고 

일베에서 진중권과 같은 입장에서 아이유를 감싸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일베와 진중권이 함께 손을 잡고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말 역대급 아닌가?


하지만 현재 대중은 거의 대부분 아이유를 비난하고 있다.


사실 가사는 책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해석되는지는 읽는 사람, 듣는 사람의 몫이라서 이견이 있겠지만

앨범 표지에 있는 그림은 좀 문제가 있어보인다.



그린 존이라고 된 곳을 확대해보면 망사스타킹과 핀업걸 포즈, 그리고 버섯이 다리 아래에 위치해있다.

이건 분명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냐는 대부분의 의견이다.

그런데 !!!





이건 좀 심각해보이는데 문제는 이것을 아이유가 그린 것인가라는 궁금증.

답은 인터뷰에 있는데 동영상을 보면 분명 아이유가 그린 것은 아니다.

아이유가 초안을 잡았고 그걸 받은 디자이너가 그린 것인데 

처음 아이유의 의도가 섹시 콘셉트였냐하면 그건 아니었다.


V앱 인터뷰에 나와 있다.



아이유가 그린 콘셉트 그림은 

그린존에 있는 제제가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이다.

물론 아이유가 최종 디자이너의 결과물을 컨펌했으니 아이유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 동영상에 보면 아이유의 진심이 들어있다.


신문 기사에 나온 내용 중 빠진 부분이 분명 있었다.

10월 23일에 나온 이야기니까 섹시 콘셉트 논란이 있기 전 인터뷰다.



대부분 신문 기사에서는 빼버린 내용이 있는데 

아이유는 챗쇼에서 분명 이렇게 말했다.


"그냥 제제라는 캐릭터만 봤을 때는 모순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고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매력있고... 뭐랄까...

"내가 어린 제제한테 하는 얘기가 아니야!"

그 제제가 가지고 있는 성질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그게 참 섹시하다고 느꼈어!


내가 그 아이의 두가지 모습에서 막 휘둘리고

근데도 불구하고 소설을 끝까지 읽을 때까지 이 아이를 응원하고 사랑하잖아."


여러분은 이 말이 어떻게 들리는가?

난 아이유의 의도와 느낌이 그대로 들리는데 정말 이 말을 듣고 

아이유가 제제를 섹x하고 싶은, 즉 섹시의 느낌으로 묘사했다고 생각하는가?


섹시라는 단어가 정말 원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나?

잘빠진 차를 보고 섹시하다고 말하면 그건 차와 뭘 하고 싶다는 뜻인가?


또한 기사에서는 빼먹을 수 밖에 없는 "내가 어린 제제한테 하는 얘기가 아니야!"의 부분을 보면

이 부분을 어떻게 기사화 요약하는데 넣겠나?

하지만 음성으로 분명 아이유는 어린 제제한테 하는 얘기가 아니라

그 제제가 가지고 있는 성질에 대해 섹시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비슷한 말 같지만 이건 조금만 생각해보면 180도 다른 이야기다.

아이유는 제제가 가지고 있는 그 느낌, 섹시함을 노래 가사에 모티브로 사용한 것이지

제제를 생각하면서 그린 가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계속 아이유는 제제의 캐릭터와 성격에 대해 말하는데

사람들은 계속 제제의 몸만 생각하는 격이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최종 결과물에서 디자인적으로나 가사적으로나

묘한 성적 어필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모티브가 된 아이가 5살짜리 학대받은 아이인 것도 분명하다.

그러니 아이유가 사과했지 않나?


이 일로 아이유의 가수 생명이 끝났다느니

큰 사고를 쳤다느니 하는 것은 사실 좀 그렇다.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얼마나 책을 안읽고 얼마나 이해력이 부족한지

그리고 표현의 자유와 나비 같은 해석에 대해 얼마나 1차원적인지 답답함을 느끼며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