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학개론/약간 이상한 사진강좌

카메라 리뷰를 계속 할 것인가? 꼰대의 선과 색. feat. Summaron 3.5cm

cultpd 2017. 10. 16. 16:55


SLRCLUB이라는 커뮤니티가 유명했던 시절!

난 카메라, 렌즈 등 리뷰로 함께 유명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니콘이 쇠퇴해지고 SLRCLUB이 맛 가고, 

코닥 카메라가 사라지고 소니의 혁명적인 카메라들이 나오면서 나 또한 리뷰에 대한 열정이 사라졌다.


소니의 초창기 풀프레임 센서


그리고 훗날 사진학개론이라는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었다.

남들보다 먼저, 많이 써봤다는 이유로 정보를 공유하고 

커뮤니티에서 친해진 익숙한 아이디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댓글을 받고 

그로 인해 보람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불특정 다수에게 죽을 죄를 진 것 처럼 욕을 먹는 일이 많아졌다.


소니의 초창기 풀프레임 센서



막눈의 눈을 고급 눈으로 바꿔주겠다는 생각으로 사진들을 꺼냈지만 공감 받지 못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눈의 잣대가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쉽게 말하면!

어둡고 필름 느낌 묵직한 유럽 영화와 CG 가득하고 화려한 색감의 쨍한 할리우드 영화를 비교해보면 쉽다.

비오는 프랑스 뒷 골목과 쨍한 미국의 대로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어떤 것이 더 좋은가?


당연히 칙칙한 뒷골목의 쓰레기통과 고양이, 묵직한 필름 느낌의 영상이 좋다.

그래서 이런 사진을 찍으려면 어떤 카메라와 렌즈가 좋은지, 어떤 보정법을 써야하는지 주장 했는데

실제로는 미국의 쨍한 대로와 선명한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아니 많아졌으니 충돌이 시작된 것이다.



아름다움은 눈으로 정보를 받긴 하지만 시력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뇌로 느낀다.

뇌는 경험과 학습에 의해 다른 정보로 연산되어 같은 사진을 봐도 평가가 다르게 나타난다.


사진학개론 녹화를 하다가 꼰대라는 말을 들었다.

순간, 혹시 나를 포함한 아날로그 미적 감각을 가진 사람들은 현 시대와 안 맞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근본적인 문제에서 방향이 다르면 모든 말은 오해가 되고 모든 평가는 해악이 된다.


어제는 라이카 주마론 35mm f3.5 렌즈를 구했다.





올림푸스에 60마크로라는 어마어마한 AF 마크로 렌즈가 존재하는데 

왜 이런 이상한 렌즈를 쓰는 것인가?





도대체 무엇이 나의 발목을 이렇게도 강하게 붙잡고 현 시대로 넘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인가?

향수인가? 아니면 정말 꼰대 같은 기득권 정신인가?



막눈탈피 프로젝트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다음 주제가 선이었는데

이 프로젝트도 그래서 안 하기로 했다.

별 반응도 공감도 없기에.


한 번 라이카 SUMMARON 3.5cm로 찍은 사진을 보자.

조리개 3.5 렌즈를 조여서 찍었으니 당연히 초점이 전체적으로 다 또렷하겠지?





하지만 결과는 놀랍다.

이것 역시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


핀이 안 맞는 부분, 혹은 주변부 등이 요즘 렌즈와 다르다.

이건 아웃 포커싱이라기 보다는 올드 렌즈의 한계이자 특성이다.


선!

막눈이 보지 못하는 것 중 중요한 부분이 바로 선이다.


가끔 훌륭한 카메라나 올드 카메라, 렌즈에서 몇 겹 덧댄 듯한 묘한 선을 본다.





라이카의 몇천만원짜리 35.4의 경우 이 선이 몇백만원짜리 35.4와 다르다.

물론 몇천만원짜리 라이카 50미리도 천만원짜리 라이카 50미리와 이 선이 다르다.




그런데!

사람들은 50미리 녹티룩스 초기형 사진보다 최신 50미리 녹티룩스 사진을 더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물론 비싼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가격 책정에 있어서 그 오래된 중고렌즈를 몇천만원에 살 정도면 많은 이들의 눈이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착각을 한 것이다.


계속 라이카 주마론 렌즈와 올림푸스 E-M1MARK2 사진.



미학은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한다.

절대 미라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세월이 바뀌면 미의 기준이 바뀌는 것이 확실하다.


정윤희, 유지인을 흠모할 때만 해도 배우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행동과 말의 투,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배우나 걸그룹이 방귀 얘기, 똥 얘기를 스스럼 없이 한다.

답답한 청순 가련보다 사이다같은 솔직함이 절대 미에 추가된 것이다.


이것을 변태나 천한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계속 올림푸스 E-M1MARKII와 라이카 주마론 렌즈 사진.







선과 색.

미를 기준하는 요소로 선과 색을 중요시했다.





막눈이란 것은 안 좋은 눈, 부정확한 눈, 천한 눈이 아니라 새눈으로 바꾸고

고급눈은 정확한 눈, 고귀한 눈이 아니라 올드한 눈으로 바꾸면 이 시대가 공감할 것이다.

올드눈을 새눈으로 바꿀 것인가의 문제는 선택인데

이미 봐 버린 아름다움을 뇌에서 지우는 것은 노력으로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결국 우승은 윤석주!




니콘이 소니에게 졌듯 나 또한 윤석주에게 졌다.

MF 렌즈가 AF 렌즈에게 졌듯...


주마론 렌즈의 모습을 보며 나를 보는 듯하다.




결국 탈피해야 하는 것은 나였을지도 모른다.

청년정신이라 생각했던 프론티어 자체 평가는 꼰대로 막을 내린다.


어떤 것이 예뻐 보이는지, 그것은 가격으로 정할 문제도 아니고 그래프나 수치로 정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결국은 상대의 미적 기준을 인정하는 수 밖에 없다.

그 상대가 다수이고 우리가 소수일 때 답답해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말고 스스로 다양성의 한 종류로 남으면 된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리뷰가 어쩌면 나만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 번 귀중히 고민해봐야겠다.

나와 같은 눈을 가진 아날로그 포토그래퍼들에게 이 화두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