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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내 인생 시청률 기록을 세운 작가 소현경의 비밀

cultpd 2017. 12. 11. 11:44

KBS 2TV 주말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이 역대급 시청률 41.2%를 기록했다.

소현경 작가는 이제 시티홀의 김은숙 작가와 프로듀사의 박지은 작가 대열에 올라갔다.

시청률때문에 그런 평가를 내리는 것은 아니다.


김은숙 작가는 과거 자신의 독특한 이야기를 풀어내다 재미를 못본 작품들이 있었고 뻔하지만 독특한 드라마들을 써가며 대성공을 거둔다.

마찬가지로 박지은 작가도 미천이 바닥난 것처럼 보일 때 너무나도 쉬운 푸른바다의 전설로 기본 명성을 지켰다.

자신만의 독특한 소재,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써내려가다보면 대중과 마찰이 생기고 대중은 참 쉽게도 외면한다.

하지만 익숙하고 뻔한 틀을 가지고 가면 대중은 반응하고 열광한다.


그래서 방송 작가는 뻔함을 독특하게 보이는 기술 연마가 성공의 핵심 포인트이고 황금빛 내 인생 작가 소현경은 이것을 이뤄냈다.

황금빛 내 인생 만큼 뻔한 상투가 또 있으랴?


콩쥐 팥쥐, 신데렐라를 그대로 틀로 하고 대기업 드라마의 소재를 그대로 집어 넣고 자식이 바뀌는 케케묵은 상황을 접목하여 그야말로 오구잡탕 클리셰 덩어리 막장 드라마를 짰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지금부터다.




막장 드라마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성공한 코드는 모두 집어 넣었지만 그렇다고 시청률 40%를 돌파하지는 못한다.

성공하는 드라마에는 시대가 있고 공감이 있어야 하며 또 생각할 꺼리, 즉 화두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황금빛 내 인생의 소현경 작가는 이 뻔한 틀거리에 독특하게도 몇가지 철학을 가미한다.

이 몇가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즉 작가의 메시지가 황금빛 내 인생을 3류 막장 드라마로 가지 않게 하는 요인이다.




우선 굉장히 독특한 것이 '아버지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면 백전백패한다는 것이 방송, 영화계의 오래된 철칙이다.

어머니 이야기는 대중에게 소구하지만 아버지 얘기는 안 된다는 법칙 때문에 작가들은 아버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지 않고 아줌마들의 이야기에만 집중하여 주 시청자층인 주부와 여자를 공략한다.

그런데 황금빛 내 인생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중반부가 지나가면서 아버지의 이야기가 점점 무게 있게 실리고 천호진의 명품 연기와 만나 가슴이 찢어지게 만든다.


아버지는 평생 자식과 아내를 위해 헌신했지만 딱 2년간 고생시킨 것으로 멸시 당한다.

과외 시키고 어학연수 시키고 공부시키고 먹이고 입힌 것은 모두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고 2년간 고생시킨 것 때문에 미안해해야 한다.




아버지 천호진은 자식들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살지 않았을 것이라고 속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보통은 엄마들이 해야하는 대사인데 황금빛 내 인생에서는 최초로 아버지가 자식에게, 아내에게 서운함과 분노를 표출한다.


잘못한 게 있으면 화를 내지 왜 경멸을 하냐고 소리지른다.




우리 모두의 아버지 속 마음일 것이다.

어머니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지만 아버지의 이런 솔직한 마음은 잘 표현되지 않았다.

이것이 황금빛 내 인생이 국민 드라마가 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41.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회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서지안씨, 당신 인생은 당신이 사는 거야.

남들 보라고 사는 게 아니라고!



소현경 작가는 영리하게도 주 캐릭터를 이용해 말하지 않고 자신의 메시지를 서지안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쉽고 편하게 뱉어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당신의 인생은 남들 보라고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이 얼마나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하고 동시에 우리가 깜빡 깜빡 잊게 되는 사실인가?




고통스러운 스트레스의 원인 중 90% 이상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보통은 자신으로부터 나온다고 답하겠지만 아니다.

모든 스트레스는 남들이 보게될 자신의 모습에 대한 고뇌로부터 나온다.

세상이 멸망하고 미래소년 코난처럼 나 혼자 살아있다고 생각하면 90%의 스트레스는 사라진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내 말을 어떻게 듣고 내 행동을 어떻게 볼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스트레스는 시작되고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 몸을 해치고 건강한 정신도 사라지게 된다.


이런 중요한 말을 황금빛 내 인생에서는 계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제목도 황금빛 내 인생 아니겠나?



최도경의 결심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최도경이 서지안과 사랑하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기업 재벌 2세와 가난한 여자의 사랑은 천번도 더 본 뻔한 클리셰이고 앞으로 서지안이 얼마나 괴로운 일을 당할지는 아무 드라마나 참고해도 답이 나온다.

이런 뻔한 내용에서 또 다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최도경의 결심의 변이다.


최도경은 그동안 정해진 것이 있었고 그것을 깨면 안 된다고 배웠고 그러한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 들였다.

하지만.

남들 시선이나 남들이 결정해 놓은 행복의 기준을 무시하면  최도경이 서지안을 사랑해선 안 되는 이유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서지안씨, 당신 인생은 당신이 사는 거야.

남들 보라고 사는 게 아니라고!


여기서 서지안 대신 최도경만 넣어보면 똑같은 결말이 나온다.


그리고...

서지안, 최도경 자리에 당신의 이름만 넣으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황금빛 당신의 인생이며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철학이다.


대충 재밌는 이야기, 기 검증된 구조만 살살 빌어다가 우라까이하면 성공적인 드라마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삐친 아버지의 속내라는 화두를 대중에게 던져 준 소현경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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