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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의 호불호가 극단적인 이유 (스포 없는 후기)

cultpd 2013. 8. 1. 10:42

오랜만에 개봉 날 영화를 봤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한 관객이 '뭔지는 알겠는데.... 뭔지는 알겠는데'라고

다른 관객들 눈치를 보며 '재미없었다'라는 말을 예의있게 

돌려대는데 직원이 조용히 말한다.


"재미 없었어요?"


그 관객은 또 똑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뭔지는 알겠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리고 직원은 말한다.

"재미없다는 분이 많아서 ^^"


그 관객이 말하고 싶은 내용은

도대체 뭐였을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 설국열차!

일단 내용에 러시아 소설이나 프랑스 문학이 좋아하는

멋진 의도를 둘렀다.


세상의 축소판, 지도자와 혁명가, 계급과 빈부격차, 

역사의 톱니바퀴, 인간의 자유의지, 도전과 응전... 등등 

철학이나 문학의 기초에

등장하는 멋진 콘셉트를 깔고 있기에


연신 그렇게 외치는거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그 말은 곧 이렇게 해석하면 되겠다.


괴물처럼 쉬운 영화는 아닌데 그렇다고 어려운 영화도 아니고

오락 영화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괴물처럼 오락적인 것도 아니고


난해하지도 즐겁지도 않은 그냥 가감할 여백도 없는,

혹은 지적 허영과 오락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대중 맞춤형 영화라고 보인다.







엘리베이터에서 또 한 관객이 이런 말을 한다.

봉준호는 뒷심이 없다고...


초중반은 의외로 멋지게 달려가는데 후반부에 이도 저도 아닌

살짝 부끄러운 모습으로 끝이 난다.


스포일러가 가능하면 마지막 장면을 목놓아 얘기하겠지만

안타까움을 표하며 나중을 기약하고...


봉준호의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자 한국영화의 문제점,

그리고 대중성 담보를 위한 영악함!


흐지부지하거나 급하거나...









설국열차가 대중들에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가 있다.


철학적인 시간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부족한 영화고

오락적인 쾌감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살짝 부족한 영화다.

이들은 쉽게 "재미 없었다"라고 말한다.


이 두 부류를 제외한 대다수의 관객이 원하는...


어느 정도 의미도 있으면서 또 졸려운건 못참는 성격의 

대다수 영화 소비자에게는 두마리 토끼를 잡게 해준 히트상품으로

'재미있었다'라고 표현될 것이다.


일종의 짬짜면 같은거다.

짬뽕도 먹고 싶고, 짜장면도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히트 상품!!!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세계라는 카피는

봉준호 개인에게만 새로운 세계인 것 같다.



실제로 필자가 느끼는 봉준호 감독의 포지셔닝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의 그로테스크와 실험.

범죄의 재구성, 도둑들을 감독한 최동훈의 영화적 구성미,

해운대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의 클리셰 덩어리로 재밌는건 모두 집어넣는 오구잡탕식 대중성.


이 셋의 장점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듯, 영리해보이기도 하고

부담스러워보이기도 한다.



박찬욱 감독 영화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대중적이고

치밀한 구성과 완성도를 좋아하는 최동훈 감독의 팬들에게는 구성의 힘이 부족하고

아무 생각없이 물량 공세로 벗고뛰는 것을 기대하는 윤제균 마니아들에게는 

재미가 없고...


그 누구에게도 채워지지 않을 수 있다.










큰 기대를 안하고 보면 재밌는 영화가 될 것이고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거란 생각을 하면 아쉬울 수 있다.



그냥...

이렇게 진지한 모티브를 이렇게 쉽고 재밌게 풀 수 있는

이야기꾼이 있구나라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아예 메시지나 의미가 없는 영화도 많지 않은가?


웰메이드니 한국영화의 자존심이니 하는 말들은

절대 붙이기 힘들 수식어이고

다만 외국 스태프와 외국 배우들을 컨트롤하여 연출한

한국 감독으로서는 가장 세련된 결과물을 끌어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또 166개국에 수출함으로서 한국 영화의 마케팅 가능성을

어느 정도 공헌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