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MBC뉴스데스크를 보며... 드디어 tvN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

cultpd 2010. 11. 6. 21:47

오늘 MBC를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뉴스데스크가 주말만 8시로 옮겼더군요.

40년간 쌓아온 브랜드를 변경한 것입니다.

그리고 8시 50분에 글로리아가 방송됩니다.

뭐하는 짓인지 실망을 금할 길 없습니다.

남들은 최일구 앵커가 연성화된 진행으로 뉴스데스크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씁쓸하게도 망해가는 지상파의 마지막 모습을 목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MBC는 늘 문화를 선도하고 기득권을 견제하는 국민의 방송사였는데

40년 세월 속에 영예로운 자리를 물려주고 이제

그저 그런 '방송하는 회사'로 바뀌고 있습니다.






SBS 8시 뉴스와 대결하는 뉴스데스크가 되었습니다.

그 옛날 SBS가 9시뉴스로 바꾸면서 개박살났던 철옹성 9시대를 스스로 포기한 것입니다.

아무도 안보는 MBC뉴스데스크를 굳이 9시에 해야되냐는 질문을 한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비록 많은 사람이 안보더라도 공영방송으로서 상징성을 지켜야한다고...

그걸 스스로 포기하고 상업방송, 케이블과 전면전을 펼친다면

송창의 감독의 말대로 이겨도 본전이라는 것!




MBC에서 끝내 방송하지 못한 대물이 SBS에서 대박이 났습니다.

'김혜수의 W' 와 '후플러스'도 폐지 결정됐습니다.

이제 피디수첩 차례겠군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싸워서 이길 수는 있는걸까요?


'수퍼스타 K2'가 대박나자 '위대한 탄생'을 급조해서 만들었지만

비웃음만 사고 있습니다.

슈퍼스타 K2는 1년을 준비한 프로젝트입니다.

철저하게 상업적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문화에 대한,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겨져 있습니다.

천하의 MBC가 대놓고 상업방송이라 주장하는 tvN을 못이기는 겁니다.



기업의 혁신 전략과 공영방송의 혁신 전략은 달라야 합니다.

시청률이 높으면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

국민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을 황금시간대에 편성해야한다는 생각,

그런 위험한 발상이 MBC를 망치고 있습니다.

브랜드라는 것은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망치는건 한순간입니다.



고통스러웠던 역사와 함께 울고 웃었던 MBC.

다매체 시대에도 모든 것을 가지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오히려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다져야할 과도기에

옷벗고 같이 뛰겠다는 생각은 멀리 보면 전진이 아니라 후퇴입니다.



게다가 조만간 더 큰 산이 앞에 놓일 것입니다.

종합편성 채널이 그 높은 산입니다.

이제 곧 시청자들은 '방송 막장의 진수'를 감상하실 수 있을겁니다.


그런 전쟁 속에서 버틸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것입니다.



tvN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된 상업방송국 MBC!!!

드라마 글로리아를 보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 옛날 드라마 왕국이었던 MBC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그 유명한 감독들과 연기자들을 배출한 베스트 셀러 극장이 사라졌던 그 때

와도 같은 참담함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