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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유영아 작가 형편없는 대본에도 드라마가 빛나는 묘한

cultpd 2019. 1. 19. 04:12


처음 남자친구라는 드라마를 주위에서 너도 나도 사겠다고 판권 전쟁을 하는 걸 보고 

나 또한 박보검, 송혜교 라인업이면 망해도 8%는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박보검, 송혜교가 아무 것도 안 하고 김밥 천국에서 라면만 먹어도 그 정도는 나오겠지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작가부터 본다.

천하의 배우들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고 3류 배우로 만드는 것 역시 작가의 역량이 가장 세고 그 다음으로 PD이기 때문이다.

PD가 아무리 예쁘게 찍어도 작가가 형편 없으면 배우들의 연기는 배우 자신도 시청자도 몰입 못하고 공감 못하는 모두 다 망하는 게임이 된다.



사진출처 : tvN 남자친구 캡처 


처음 남자친구를 보고 정말 핵 충격을 받았다.

박보검과 송혜교가 선택한 남자친구라는 대본이 그야말로 수준 이하의 대사를 가득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사에는 1. 작가의 깊은 고민과 세월, 내공을 느끼게 하는 대사, 즉 행간이 있고 생략이 있으며 중의와 함축과 복선이 가득한 대사가 있고 

2. 엄청나게 핫하고 스타일리시하고 현 시간을 숨쉬는 대중이 깊이 공감하는 살아있는 구어체, 유행어와 위트 강한 멘트를 쓰는 대사가 있다.


그런데 남자친구의 대사는 충격적으로 1번도, 2번도 아닌... 그냥 아무 것도 아니었다.

드라마, 영화를 쓰는 작가 중에 대사를 못쓰는 작가들이 세상에는 수억 명이 있는데 그 중 탑 클래스라고 생각했다.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드라마 대사들이 난무했다.


쉽게 말해서 웹툰도 문학도 아닌 무언가였다.

어떤 작가는 사랑을 못그린다.

오로지 정치만 잘 그리는 작가는 연애 감정을 몰라서 사랑을 넣어도 촌스럽고 온 털이 솟구친다.

어떤 작가는 오로지 사랑 타령이라 엔카만 24시간 틀어 놓은 것처럼 질린다.

어떤 작가는 코믹에 목숨을 걸고 어떤 작가는 진지함에 목숨을 건다.

전자는 진지한 대사도 웃기게 쓰고 후자는 웃기는 대사를 써도 아무도 안 웃는다.


남자친구로 다시 와서 대사가 약하면 무조건 강해야 하는 것이 전체 스토리텔링의 탄탄함, 그리고 독창성, 신선함 등인데

남자친구 1회를 보고 더 놀란 것은 거대한 클리셰 덩어리였다는 것.


그냥 남자 신데렐라 그대로 갖다 놓고 만든 것.

원래 남자 신데렐라는 큰 성공을 못한다.

드라마는 무조건 여자 신데렐라여야 한다는 것을 인류의 초기 문학 장인들이 모두 외쳤고 빗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남자 신데렐라는 남자가 설레는데 남자 중 드라마 보며 설레는 사람들의 숫자가 여자들의 숫자와 비교 불가한 소수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것은 밥 잘 사주는 누나하고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정해인은 신데렐라가 아니었고 어린 흑기사였다.

손예진은 회사 대표가 아니라 실수 많은 이웃집 누나다.

그러니까 이 구조를 해야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타깃이 움직이게 된다.

손예진, 정해인 라인업과 송혜교, 박보검 라인업이 현재 비슷한 시청률 7% 대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채널 파워도 JTBC보다 tvN이 강한데 말이다.


현재 남자친구와 같은 날 드라마를 보면 비켜라 운명아 시청률이 20%로 1위, 

막장계의 대표 황후의 품격 본방송도 아니고 뭔 짓 하는 것인지 모르겠는 특집 편성 2부가 15.2%, 왼손잡이 아내가 13.4%, 뭔짓인지 모를 황후의 품격 1부 시청률이 12.2%, 

그리고 남자친구 시청률이 7.7%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코리아 집계)


자! 이런 남자친구의 현 상황 속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나 꺼내려 한다.



사진출처 : tvN 남자친구 캡처 



분명 대사도 못쓰고 구성도 클리셰 덩어리로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으로 진행되는 유영아 작가의 말도 안 되는 드라마 남자친구인데

몇 회 전이었나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더란 말이지.

이게 뭘까???

그렇다면 이것은 순전히 송혜교의 연기력과 박보검의 풋풋함 때문인 건가?

대체 왜 내가 울고 있는 것이지?

맞다! 당연히 송혜교의 연기력은 지금이 전성기, 꼭지점에 올랐다.

그의 눈물을 보고 있으면 온 마음이 전해진다.


사진출처 : tvN 남자친구 캡처 



그런데 말이지.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배우가 아무리 풋풋하고 눈빛 연기가 대단해도 대사와 구성이 삼류면 절대 눈물이 안 난다는 것이지.

쿠바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보기 시작한 드라마 남자친구는 처음에 클리셰로 붙잡고 그냥 저냥 상황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했는데

그 상황이 너무 단순하고 쉽기에 몰입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없다.

거기에 송혜교, 박보검의 연기는 빈틈없이 치고 나간다.

심지어 클리셰를 꺾고 남자 집에서 반대하고 잘 나가는 여자를 오히려 불쌍하게 만든다.

잘 나가는 집안에서 철없는 남자 신데렐라를 공격하고 괴롭혀야 하는데 송혜교 아버지 문성근은 박보검을 대환영하고 

오히려 매실인지 뭔지를 잘 담그는 박보검 엄마가 방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역 신데렐라의 고정 틀을 깨고 박보검을 젊은 패기 뿐만 아니라 너그럽고 속 깊은 남성성을 가진 흑기사로 만들고 송혜교는 박보검에게 기대고 싶은 불쌍한 여자의 모습으로 만들고 있다.

이런 쉬운 틀을 단단하게 만들어 놓고 닭살 돋는 연애 감정을 차근 차근 쉽고 상세하게 묘사해 나가니 별 거 아닌 씬에서도 심장이 덜컥 거리고 작은 감동에도 눈물이 나고 참는 장면에서 숨이 같이 멎는다.

참 기묘한 작법이다.

물론 연출도 훌륭하고 연기도 훌륭하지만 유영아 작가에 대해서 속단은 금물일 것 같다.

마지막까지 방송을 보고 나서 이 신기한 작법에 대해 정리를 한 번 해보도록 하겠다.

아참! 음악도 감동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드라마 안 보는 남성분들에게 한 번 편하게 보시면 남자친구 재밌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