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 the People" – 미국 민주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세 단어
"We the People", 단 세 단어. 하지만 이 짧은 문장이야말로 미국 민주주의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헌정사에서 가장 강력하고 상징적인 문구로 평가받습니다.
미국 헌법의 서문(전문, Preamble)은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We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 in Order to form a more perfect Union..."
이 글에서는 이 문구가 어떤 역사적 배경 속에서 등장했는지, 왜 이토록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월드오브스트릿우먼파이터 엠넷 위더피플
1. "We the People"는 누가, 무엇을 말한 것인가?
미국 헌법은 1787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제헌회의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미국은 13개 주가 독립된 국가처럼 느슨하게 연결된 ‘연합’ 상태였습니다. 이들은 ‘연합규약(Articles of Confederation)’이라는 느슨한 조약 아래 뭉쳐 있었지만, 세금 징수, 통화 정책, 대외정책 등에서 수많은 문제가 발생했고,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 헌법이 필요해졌고, 제임스 매디슨, 알렉산더 해밀턴, 벤자민 프랭클린 등의 인물들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정부 체계를 설계합니다. 바로 그 결실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 헌법(The Constitution of the United States)**입니다.
그 헌법의 시작을 여는 말이 바로 **"We the People"**입니다. 이 문장은 단순히 ‘우리 미국 국민이’라는 의미를 넘어, 근본적으로 권력의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선언이었습니다.
2. "왕"이 아닌 "국민"이 주인이다
당시 대부분의 세계는 군주국이었습니다. 권력은 왕에게서 나왔고, 법은 왕이 주는 것이었죠. 하지만 미국의 헌법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출발합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이는 **사회계약론자 존 로크(John Locke)**의 사상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정부는 국민의 동의에 의해 성립하며,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할 경우 그 정부는 교체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We the People"은 바로 이 새로운 정치 철학의 핵심을 집약한 문장입니다.
3. "주"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선택
초기 헌법 초안에서는 각 주의 이름이 일일이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We the people of the states of New Hampshire, Massachusetts, Rhode Island, etc." 그러나 최종본에서는 **이름을 모두 제거하고, "We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로 통일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편집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13개의 개별 주가 아닌, 하나의 국민으로서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한 중대한 정치적 선언이었습니다. 이는 주권이 각 주에 있다는 연합체 개념을 넘어서, 국민이 주권을 가진 하나의 통합된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였습니다.
4. 이 말의 함정과 한계: "모든 국민"이었는가?
물론 이 문장은 당대 기준으로도 매우 진보적이었지만,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많은 배제와 모순도 함께 안고 있었습니다.
- 헌법이 제정된 1787년, 흑인 노예들은 '국민'으로 간주되지 않았습니다.
- 여성들은 투표권은 물론, 정치적 권리를 거의 가지지 못했습니다.
- 원주민들은 아예 헌법 체계 밖에 있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즉, “We the People”이 말하는 'People'은 현실적으로 백인 남성 지주 계층에 국한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구절은 시간이 흐르며 확장과 투쟁의 여지를 남긴 문장이 되었고, 흑인 해방, 여성 참정권, 시민권 운동 등 미국 역사 속의 모든 평등과 인권운동이 이 문장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5. 오늘날의 "We the People"
2025년 오늘날, 이 세 단어는 여전히 미국인들의 정체성과 민주주의의 원칙을 상징하는 핵심어로 남아 있습니다. 정치적 좌우, 인종, 성별, 종교를 초월해서 "We the People"은 헌법적 가치의 중심으로 기능합니다.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정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헌법 정신은 이 단어에서 출발합니다.
6. 한국 사회와의 연결고리
우리에게도 이 말은 중요한 성찰을 제공합니다. 민주주의란, 투표일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로서의 책임과 권리’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한국 헌법 제1조 1항은 이렇게 말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는 미국의 "We the People"과 정신적으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단순한 문장이 아닌, 정치적 실천의 명령어로 받아들여야 할 구절인 것입니다.
맺으며 – 세 단어가 말하는 거대한 의미
"We the People."
그저 헌법의 시작일 뿐이지만, 이 짧은 말에는 수많은 전쟁, 투쟁, 철학, 그리고 이상이 담겨 있습니다. 과거의 불완전함을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약속의 말이기도 합니다.
이 세 단어가 단지 미국인만의 것이 아닌 이유는, 인류의 자유와 평등, 권리의 보장을 위한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함께하는가?
그 질문에 답할 때, "We the People"은 여전히 유효한 첫 문장이 되어줍니다.